* 감상문임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책에만 존재하는 역사가 되지 않길
어릴 적, 영화관은 부모님과 손 잡고 갈 수 있던 곳이었다. 중학생이 된 후로는 시험 끝나고 가는 곳이었고
성인이 된 후로 데이트를 하는 장소가 됐다. 영상 업계에 몸을 담갔다는 이유로 영화를 자주 보게 되자 CGV를 즐겨갔다.
몇 가지 이유를 꼽자면 가까이에 있었고, 또 어딜 가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곳만 이용하면 VIP도 훨씬 빨리 달성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에서 볼 필요가 없었다. 반짝이는 조명과 쾌적한 건물, 신식 인테리어를 갖춘 멀티플렉스를 사랑한 것도 한몫 거든다.
따라서 나에게 '영화관 = CGV'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을 이용한 적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옥자'의 개봉을 앞두고 넷플릭스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영화관의 갈등 때문이었다.
그렇게 3사 영화관 외에도 극장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어느새 잊혔다. 원래도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를 찾아보는 마니아도 아닐뿐더러, CGV 내에도 아트하우스란 이름으로 상영하는 작품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애관극장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인천에 있고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극장이라고 한다.
그것보다 관심을 끌었던 건 애관극장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 중이란 소식이었다.
애관 극장에 관한 영화를 애관 극장에서 보면 되게 의미 있겠다 싶었다. 마침 함께 보러 간 이는 애관 극장에 대한 향수가 있던 터라 영화가 재미없더라도 날 너무 원망하진 않겠지 생각했다. 러닝타임은 85분가량이고 120년이 넘는 역사, 경영 악화와 매각 소식 등 애관극장의 이야기와 주변 관계자, 인천 시민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
한 세기를 묵묵히 지켜 온 곳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처분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비단 재정적인 문제를 제쳐두고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서양은 건축물 보존에 큰 무게를 두기 때문에 수백 년이 넘는 모습을 일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박물관이나 한옥 마을 등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쉽게 접하기 힘들다. 한반도는 매우 유서 깊은 땅인데 교과서 밖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는 많지 않아 아쉽다. 부디 애관극장이 오래도록 남아 있길 바란다.
2021.11.27.토ㅣ애관극장ㅣ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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