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문임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저자
- 연여름
- 출판
- 자이언트북스
- 출판일
- 2022.11.25
우리는 우리 인생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임을 잊지 말자.
책 표지가 유치해서 재미없을 줄 알았다. 앞 선 두 권의 책도 실망했던 터라 기대 없이 읽었는데, 이 책 의외다.
2021년 SF어워드 중단편 우수상,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책 소개의 첫 화두로 내건 덕일까.
롤과 액션은 영화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걸 알고 있었지만, 스피드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스피드는 샷이 들어가기 전, 사운드 체크 시 이상 없음을 나타내는 대답이다.
카메라는 필름이 감기면서 촬영되니 '롤'이란 어원이 이해 간다만, 사운드는 왜 스피드일까?
찾아보니 사운드 레코더의 속도가 정상적인 스피드에 이르렀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도 전공 이름에 "영화"란 타이틀이 들어가는데, 이런 것도 모르고 졸업하다니 너무 했군. 하는 생각을 뒤로한 채
<미미분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윤보리는 <칠 년 후의 저녁 식사> 란 시나리오를 기획 및 연출해 단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간략한 시놉시스는 고교 동창 3인이 방에서 홈 파티를 하다 영혼이 바뀌어 울고 웃는 코미디물.
실제 영화인 '아빠는 딸'과 '완벽한 타인'이 떠올랐다.
시간적 배경 : 2019년 겨울.
공간적 배경 : 철거를 한 달 앞둔 <미미분식>
등장인물 :
홍율 (21) : 소제목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등장 인물이다. 첫 문장에서 가장 먼저 묘사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미분식>의 주인이었던 할머니의 손녀이자, 삼수생인 첫 번째 시간 여행자. 2017년으로부터 왔다.
윤보리 (29) : <미미분식>에서 본인의 첫 연출작을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제작비로 쓰일 퇴직금과 펀딩 받은 돈을 횡령당했다.
엎어진 영화를 강행하지 못 한 채 <미미분식>에서 기거한다. 딱 한 달만 구직하며 달아단 횡령자를 기다리자고 다짐한다.
최은표 (29) : <칠 년 후의 저녁 식사>의보리의 중학교 동창이자, 보리를 영화계로 끌어들인 장본인. 생업 역시 로케이션 매니저. 그렇다. 이 인간이 바로 그 횡령 자다.
태오 (29) : 윤보리가 직접 쓴 시나리오 <칠 년 후의 저녁 식사>의 촬영 감독. 은표와는 대학 동기.
생업보다 현장을 더 좋아하는 열혈 영화인이라 묘사된다.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의 지도를 맡고 있다.
권상은 (마흔 추정) : 호텔 주방장 출신의 두 번째 시간 여행자. 1998년으로부터 왔다.
크(or쿠)리 (4반세) : 자신을 '회색사'라고 부르라고 하는 세 번째 시간 여행자. 431,317년도로부터 왔다.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신체 조건을 지녔다. 머나먼 곳에서 왔기 때문에 <미미분식> 밖으로 나가면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
윤보리의 엄마 : 상대 집안의 반대로 미혼모가 됐다. 차가우면서도 강한 엄마란 묘사와 그녀의 대사를 볼 때 분명 MBTI 테스트에서 대문자 T 나올 것 같다.
회색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박차를 가한다.
시간 여행자들에게 새겨진 14라는 숫자는 하루에 하나씩 줄어든다.
그 들은 모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2019년으로 오게 됐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14일이 지나면 어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추측하며 매일 식사를 함께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 자체가 분식집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방장이 등장하는 탓인진 몰라도
다양한 메뉴가 끊임없이 묘사된다는 점에서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연상됐다.
카운트 다운과 러닝타임.
음각된 숫자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시한폭탄과 카운트 다운을 한 데 묶어 부정으로 치부했다는 점이 내키지 않았다.
어쨌든 변곡점이 되는 순간은 러닝타임보단 카운트 다운이 적합하고, 무언가를 고대하는 쪽 역시 그것이 더 가까우니까.
그렇다고 러닝타임이 긍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러닝타임이란 그저 일련의 사건을 나열한 시간의 총 길이 일 뿐이다.
영화가 끝나면, '아 재밌었다.' 한 후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선
시간 여행자들에겐 러닝타임이란 단어가 더 적합한 듯하다.
개인적으론 그 들이 다시금 만나 즐거운 한 끼를 나누길 바랐지만,
망각으로 끝맺음되었기에 더욱 완벽했던 결말이지 않았나 싶다.
본래의 시간으로 돌아간 이들은, 세상을 등지는 대신 하루를 잘 살아낼 것이다.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지 고심하면서.
구조도.
큰 틀의 타임라인과 미미분식 평면도.
밑줄 친 문장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 p.70 호기심이 생겨나는 동기는 대체로 둘 중 하나다. 상대를 신뢰할 수 없을 때 안심하고 싶어서, 또는 좋아하게 되었을 때 더 잘 알고 싶어서.
✏ p.99 답은 항상 내부에 있다.
✏ p.167 “떨지 말고 대충 봐요. 거기 아니라도 갈 데는 많아.”
✏ p.170 ~ 그렇게 개연성 따위 없는 게 인생 아니냐고!”
나만의 독서 키워드 3개
1. 타임 슬립
2. 편집점
3. 푸드 테라피
완독일 : 2024.01.20 토ㅣ소장, pap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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