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적는 하루

지금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by 서광, 2021. 11. 24.
반응형

누군가 해 보고 싶은 직업이 있냐고 물었다.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도 아닐뿐더러, 내겐 이미 직장이 있다.

 

그 순간엔 딱 떠오르는 직업군이 없어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대화는 과거의 장래희망 이야기로 넘어갔었더랬다. 

어릴 땐 단순하지만 분명한 이유로 화가나 연예인,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의 직업은 치열하게 바라던 것도 아니었고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이게 적당하겠군' 하고 정착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높은 이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이 괴로워서일까. 

그때 그 질문이 별 의미 없는 물음이라 치부하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왜인지 마음에 남았다. 

문득 교정교열가를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교정교열가'라는 직업을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다. 

혼자 사색하고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좋은 문장이란 뭘까?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걸까? 싶어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빌렸다. 그때 읽은 책 중 하나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다. 

이 책을 통해 교정교열가를 알게 됐다.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진학하는 과가 달라졌을까 생각해봤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작년에 출간됐다. 어차피 고등학생 땐 읽지 못했을 책이란 말.)

 

많고 많은 직업 중, 교정교열가를 고른 이유는 이렇다. 

 

대학 졸업반이 되면 친구들끼리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봐준다.

이 문장은 이렇게 고치면 좋을 것 같다느니, 이건 맥락에 안 맞으니 빼면 어떻겠냐 등 첨삭하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다.

남의 글을 읽으며, '왜 문장을 저렇게 썼지?? 이렇게 썼다면 더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할 때도 많다.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 포스팅도 한 문장을 붙들고 지웠다 썼다 고치길 반복한다. 사전도 열심히 뒤진다. 이만하면 적성에 맞지 않나 싶다.

 

시대는 변해, 평생직장의 개념도 평생 직업의 개념도 희미해져 간다.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업계를 떠날 생각이 없지만, 언젠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꿈꿔본다. 

 

다만 실제로 그 일을 하게 된다면 쉽진 않을 것 같다. 

좋은 문장은 빼기라던데 내 문장은 쓸데없이 길다. 쉼표를 즐겨 쓰고 미사여구를 좋아한다.

예시 드는 것도 좋아해 두서없이 늘어놓을 때가 많다. 가끔은 나.. 혹시 박찬호인가? 싶다. 

 

해보지 않은 일은 쉬워 보인다고 했던가. 책 조금 읽었다고 교정교열의 세계를 알 순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은 어렵고, 하고픈 말을 논리 정연하게 다듬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을 단단히 붙잡다 보면 조금은 노련한 문장을 쓸 날이 오겠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