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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는 하루

클럽 하우스에서 독서 토론한 썰. txt

by 서광,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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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부터 시작한 독서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발단은 아래와 같다.

새해가 되었으니 책을 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독서 모임을 가입했다. 몇 백 명이 모여 있는 모임도, 동네에서 진행하는 모임도 기웃거렸으나, 이건 이래서 저건 또 저래서 본래의 목적인 독서에는 집중하지 못 한 채, 운영 시스템에 대한 불평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툴툴거리며 늘어놓았더니, 그 친구가 그럼 우리끼리 할래? 하고 제안해왔다. 처음에는 농담 삼아 가볍게 던진 말인 줄 알았는데 오픈 채팅을 개설하고 책을 선정하며 읽어나가다 보니 나름의 형식과 모양새를 갖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토론의 진행 규칙은 단순하다.

1. 월별로 1명씩 돌아가며 책을 선정한다.

2. 한 달간 책을 읽고 각자 논제를 남긴다.

3.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9시에 토론을 한다.

극 초반에 디스코드로 토론을 해본 적이 있다. 서로 말하는 타이밍이 몇 차례나 맞물리다 보니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아, 토론 수단은 카카오톡을 활용한 채팅 형식으로 굳혀졌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모임은 진중해졌음에도 평탄하진 않았다. 각자 목표한 바가 있어 모임에 들어왔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탓에 아직 독서 습관이 자리 잡지 못했고 지정했던 토론은 파투가 잦아들었다. 구성원도 진행 방식도 조금씩 변화를 겪었지만 이번 일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8월 한 달간 휴식기를 지낸 후, 아쉬웠던 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 끝에 재정비된 모습으로 모임에 임했다.

그중 하나가 자유 도서를 정해 읽고 난 후, 서로 책 소개와 감상을 말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채팅으로만 하던 토론을 음성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클럽 하우스를 활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클럽 하우스가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굳이 클럽 하우스가 아니더라도 음성을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이야 많지만, zoom은 화상이 부담스럽고 디스코드는 초반에 별로였다고 느꼈기에 선택지에 없었다. 또 피씨에서 하려면 외부 마이크 등의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서론이 무척이나 길지만 그냥 내게 제일 익숙한 플랫폼이고 UI가 심플하기 때문에 선정한 이유가 가장 크다.

그렇게 개편 후 첫 음성 토론을 마쳤고 만족도는 ○ 셋, △ 둘.

좋다는 의견은 집중이 잘 된다는 점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이 꼽혔고, 이 방식의 아쉬운 점은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는 동그라미에 가까운 세모였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1. 통신상의 문제인지 몇몇 상대가 말할 때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버벅거림이 심했다.

2. 한 명이 말할 때, 다른 사람의 스피커를 통해서 하울링 현상이 발생했다.

3. 토론 전에 독후감까지 썼는데도 말하려는 내용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돼 말 끝을 흐리거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지 못했다.

3번의 경우는 나의 말 하기 실력이 부족한 것이니,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라 오히려 음성 토론을 지속할수록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동그라미에 가깝다고 표현한 것이다.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말하는 연습이 덜 된 우리는 SNL의 주현영 기자를 보며 공감성 수치를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연습이 필요하다.

글로써 생각을 풀어내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썼다 지웠다 반복해가며 나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고심할 수 있으니까. 그에 반해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신중을 기한답시고 오랫동안 생각할 여유를 기다려주는 상대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클럽 하우스엔 모더레이터가 존재하며 이들은 방 안에서 사회를 담당함으로써 대화를 매끄럽게 유도한다. 이 모임도 음성으로 토론을 지속하려면 모더레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맡아 토론을 진행해 봄으로써, 생각을 말로 뱉어봄과 경청하는 자세를 통해 우리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는 사람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점에서 음성 토론 방식은 좋은 연습장이라 생각한다. 다만 기술상의 문제는 다른 대책을 찾던가 해야겠지만 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채팅으로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됨에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덧붙여 변화와 낯 선 시도를 거부하지 않는 우리 모임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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